흥부 뺨에 묻은 밥풀에 비밀이 있다?!
흥부가 며칠째 굶고 있는 식구들에게 먹일 밥을 좀 얻어 보려고 놀부네 집으로 찾아갔다.
마침 저녁밥을 차리고 있던 놀부 아내는 밥을 구걸하는 흥부의 뺨을 밥풀 묻은 주걱으로 인정사정없이 돌려쳤다.
싸다귀를 맞은 흥부는 뺨에 묻은 밥풀을 만져보고는 밥풀이라도 조금만 더 얻고자 반대쪽 뺨을 내밀며 형수에게 한 대만 더 때려달라고 부탁했다.
인심 사나운 놀부 아내는 그 밥풀마저도 아까워 주걱을 깨끗이 씻은 채 흥부의 반대쪽 뺨을 때렸다.
밥풀을 더 얻지 못한 흥부는 풀이 죽어 집으로 되돌아왔다.
흥부와 놀부 이야기에 숨어있는 과학적 사실을 알아보도록 하자.
쌀은 왜 끈적거릴까?
쌀은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의 두 가지 종류의 녹말을 함유하고 있고 쌀의 종류마다 아밀로스와아밀로펙틴의 함량이 다릅니다.
이 함량의 차이는 밥의 질감, 푹신푹신한지 크림색인지 끈적거릴지 등을 결정하죠.
아밀로스는 요리하는 동안 젤라틴화되지 않는 길고 곧은 녹말 분자입니다.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곡물은 조리하면 밥알이 서로 붙지 않습니다.
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긴 모양의 쌀은 일반적으로 높은 양의 아밀로스(약 22%)와 적은 양의 아밀로펙틴을 가지고 있어요.
아밀로펙틴은 쌀을 젤라틴처럼 만들고 끈적이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복잡한 가지 구조의 녹말 분자입니다.
아밀로펙틴이 많이 들어간 밥은 일단 익히면 매우 끈적끈적 해집니다.
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달걀 모양의 쌀은 일반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아밀로스와 가장 높은 수준의 아밀로펙틴을 포함합니다.
그렇다면 우리가 주로 먹는 쌀은 녹말의 조성에 따라 어떻게 구분될까?
우리는 주로 아밀로스의 함량이 16~21%로 높은 멥쌀과 아밀로펙틴만으로 구성된 찹쌀을 먹습니다.
멥쌀과 찹쌀은 쌀알의 투명한 정도로 보아 쉽게 알 수 있습니다.
멥쌀은 투명한데 비해 찹쌀은 뽀얗게 불투명합니다. 벼 알이 여무는 시기에 메벼는 잘 여물어서 말린 다음에도 쌀이 투명하게 보입니다.
그러나 찰벼는 벼 알이 메벼와 거의 비슷하게 여물기는 하지만 녹말 속에 아밀로스 분자가 채워져야 할 장소에 물이 차 있다가 쌀알이 마르게 되면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그곳에 매우 작은 수많은 틈이 생기게 되고 이것이 빛에 의해 난반사가 일어남으로써 뽀얗게 보입니다.
<출처 : 농업진흥청>
찹쌀은 멥쌀에 비해 엿기름을 넣어 식혜를 만들 때 빨리 단맛을 내는 맥아당을 만들어내며 유과와 같은 기름 튀김 과자를 만들 경우 부드럽게 잘 튀겨져서 아삭아삭한 맛이 좋습니다.
그러나 떡국이나 증편과 같은 떡은 찹쌀로 만들면 잘 풀어지고 부풀린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멥쌀로 만들어 합니다.
찹쌀이냐 멥쌀이냐 우리 선조들이 음식을 만들 때 쌀 종류를 자연스럽게 선택했던 것에도 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네요.
흥부가 뺨에 맞았던 밥풀은 얼굴에 찰싹 달라 붙었던 것으로 보아 아마도 낮은 함량의 아밀로스와 높은 수준의 아밀로펙틴을 포함한 쌀이었지 않을까 싶네요.